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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에 TV를 돌리다가 희망풍경이라는 EBS프로그램을 보았어요.
아침부터 휴먼다큐멘터리 같은 걸 보긴 싫어서 채널을 돌리려다가 지체장애를 가진 부부의 이야기가

유독 시선을 끌어서 결국 끝까지 보게 되었어요.
인천 영종도 을왕리에 있는 쌈밥집을 운영하고 있는 부부라는데 엇? 여기는 미송쌈정식? 제가 아는 곳이거든요.

자주는 못 가도 한두달에 한번씩은 꼭 가는 집인데 방송에서 보니 너무나 반갑더라구요.

사장님이 어찌나 열심히 사는지 그 삶의 방식에 이른 오전부터 감명을 받게 되었어요.
EBS희망풍경 행복을 차리는 쌈밥집이라는 소제목이 딱 어울리는 내용이었습니다.

참고로 여기 음식 진짜 맛있습니다.

집에서 나를 기다려주는 가족이 있어서 힘을 얻는다는 오경란 씨는 쌈밥집을 운영하는 사장님이에요.
남편분이 계시지만 이분보다 더욱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거의 혼자서 가게를 운영하는 거나 다름없더군요.
가족이 없다면 불가능하겠다 싶을 정도로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가시는 분이었어요.
새벽 5시에 집에서 나서서 시장에 가는 걸로 하루를 시작하시더라고요.
몸이 멀쩡한 사람들도 보통 음식점을 운영할 때는 납품을 받아서 요리를 하던데 이 분은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시장을

돌아다니시면서 좋은 재료들을 찾고 흥정을 하시던데 그 모습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졌어요.

일반 음식점과 다르게 이 행복을 차리는 쌈밥집은 굉장히 반찬이 많이 나와요.
그래서 더욱 힘들어 보이더라고요.
손님들이 원할 때마다 반찬을 새로 내어 주시는데 그래서 다리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식당을 오가는 모습이 보였어요.
중간중간 불편한 다리 때문에 사람들의 눈이 안 보이는 곳에서 몸을 푸는 모습을 보이시던데 굳이 직원들을 안 쓰고

몸소 나서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음식을 내어가시더군요.

남편 분은 아내보다 훨씬 불편한 몸 때문에 일을 도와주지 못하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멀찍이서 열심히 일하는 아내를

바라보는데 그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생각하니 가슴이 짠해졌어요.
몸만 편하다면 당장 달려가 아내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 않겠어요.
그래서 할 수 있는 건 밤 늦게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는 아내를 위해서 집안 소일거리를 하는 것 정도로 묘사됐는데
사춘기의 아들도 툴툴거리면서도 아버지의 말을 잘 따라서 일을 돕더군요.
그런 가족의 모습이 참 따뜻하다고 생각했어요.

일반인들의 시선에서 보면 서로가 짐이 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잖아요.
두 부부가 모두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으니 몸이 멀쩡한 사람들에 비해선 여러모로 불편하고 서로에게 미안할 수밖에 없겠죠.
그럼에도 이들이 행복해 보이는 건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주고 있다는 게 보이기 때문이에요.
밤낮으로 일하는 쌈밥집의 사장님을 움직이게 하는 것도 남편과 자식의 사랑 때문일테고 아내가 없었더라면 남편 정병수 씨도

지금보다 훨씬 힘든 삶을 살고 있겠죠.
두 분을 보고 느낀건 어떻게 보면 몸이 불편한 건 정말 아주 사소한 것에 불과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친 엄마를 위해서 아들과 아버지가 같이 저녁 상을 차려 줬는데 그 모습만 봐도 행복이 뚝뚝 묻어 나오더군요.
요즘은 제 주위만 둘러봐도 불화하는 가정이 많은 것 같아요.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는 게 그리 마음 먹은 대로만 흘러갈 수는 없잖아요.
불같이 사랑하던 연인도 헤어지길 반복하고 평생 함께 할 수 있었을 것 같았던 젊은 부부에게도 권태로움이 찾아오고...
그런 삶 가운데서 힘을 얻는 건 결국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라는 걸 쉽게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그런 따뜻한 가족들의 힘을 얻어 정성들여 만들어낸 밥상이니 만큼 어떻게 맛이 없을 수 있겠어요.
열명 가까운 직원을 둔 희망풍경쌈밥집 미송쌈정식, 큰 가게를 운영하는 건 사장님 혼자만의 힘은 아닌 건 확실해 보여요.
저런 마음으로 만들어서 내어놓는 음식을 먹으면 마음도 따뜻해지지 않을까 싶네요.